별점 시스템의 문제점과 해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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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새로 들어가는 플랫폼 프로젝트에서 서비스 리뷰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 단순히 많은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별점 시스템을 떠올렸는데 별점을 악용하는 블랙 컨슈머들을 어떻게 방지하고 대응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별점 시스템 관련 문제점과 해결법에 대해 제가 리서치하고 종합한 글입니다.

리뷰시스템 왜 고려해야 하는가?

먼저 별점 시스템을 비롯한 리뷰 시스템을 왜 도입해야 되는지 그 중요성에 대해 알아봅니다.

서비스 리뷰는 플랫폼의 신뢰를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플랫폼의 신뢰는 플랫폼 가치와 연결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중고나라와 다르게 당근마켓의 ‘매너온도’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신뢰도를 높여줍니다. 에어비앤비의 리뷰는 소비자들이 모르는 이의 집에서도 잘 수 있도록 신뢰를 줍니다. 1 플랫폼의 신뢰는 소비자들의 활발한 플랫폼 이용과 플랫폼 가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결과적으로 활발한 커뮤니티와 플랫폼의 가치 상승을 위해서 리뷰 시스템은 필요합니다.

문제

리뷰시스템의 부작용 및 문제점들을 파헤쳐 봅니다.

먼저 소비자 입장의 부작용을 알아봅니다.
5점 별점 시스템은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2 매우 품질이 낮은 상품/판매자를 걸러내기엔 충분하지만 좋은 상품/판매자 중 더욱더 훌륭한 곳을 선별하기에는 불충분합니다. 이런 점은 소비재 상품이나 서비스(우버/리프트)를 거래할 때는 별문제가 아니지만 훌륭한 공급자가 확실히 차별화되어야 할 시장(프리랜서 디자이너,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찾아주는 99designs, Fiverr, 업워크)에서는 문제가 됩니다.

리뷰 평점은 객관적이기 힘듭니다. 매우 나쁘거나 좋은 극단적인 경험을 한 고객이 평균적인 경험을 한 경우보다 리뷰를 남길 확률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만들어진 리뷰 자체가 편향(grade inflation)되기 쉽습니다. 별점은 상향 평준화되기 쉬워서 별점이 평균 4.8이거나 긍정적인 피드백이 96%라도 해당 공급자가 특출나게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 어떤 시장에서는 4.5점과 4.8점의 실제 수준 차이가 너무 크지만, 고객 처지에서는 숫자를 보고 그저 그런 공급자와 매우 좋은 공급자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합니다.2

판매자 입장의 문제점을 알아봅니다.
많은 플랫폼의 소비자 위주의 대응 때문에 판매자들의 불만이 많아 보였습니다. 배달의 민족을 이용하는 판매자들은 해당 플랫폼이 소비자 위주 소극적인 대응과 사업자에게 저자세를 권유한다고 주장합니다. 한 사례에서 배달업체의 잘못으로 배달이 늦어져 리뷰 1점을 받았는데, 배민에 전화해봤지만 삭제할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악의적인 별점을 찾아서 신고해도 삭제가 되지 않다고 합니다. 욕설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 신고된 리뷰는 최대 한 달간만 가려지고 한 달 뒤면 다시 살아나 평균 점수를 깎습니다.3

판매자들은 리뷰를 무시할 수 없는 게 별점 리뷰가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배민 뿐만 아니라 우버 같은 택시 운전기사 사업자들도 별점 리뷰에 신경을 씁니다. 카카오 택시(카카오 모빌리티)는 비슷한 거리에 택시 기사가 여러 명 있으면 별점이 높은 기사에게 승객을 우선 배정합니다. 미국 식당 리뷰 사이트 ‘yelp’의 조사에서도 5점 만점 별점 리뷰에 별 하나당 식당 수익이 5~9%가량 차이가 났다고 합니다. ‘여기어때컴퍼니’의 ‘식당 매출액과 리뷰·평점의 영향분석’에서는 별점 4점대(5점 만점)인 업체의 평균 매출은 1,080만 원, 2점대 업체의 매출은 655만 원이였다고 합니다.4 배민 사업자들은 강요받는 리뷰 이벤트와 출혈 경쟁으로 힘들어합니다. 다른 업체들과 경쟁도 해야되고 리뷰 이벤트를 하다가 멈추게 되면 매출 건수가 급격히 하락하기 때문에 리뷰 이벤트를 안 할 수도 멈출 수도 없습니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배민 별점은 6개월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합니다.

이런 환경 때문에 블랙 컨슈머들이 별점 리뷰를 ‘권력’으로 인식하고 의도적인 악용을 합니다.3 몇몇 판매자들은 이런 불편함 때문에 플랫폼 자체를 떠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판매자들의 매출 하락뿐만 아니라, 극단적으로 주관적인 리뷰는 소비자들에게도 정확한 서비스 지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불이익을 줍니다. 이렇기 때문에 관리되지 않은 리뷰 시스템은 판매자/소비자 모두에게 문제입니다.

해결책

여러 해결법이 있습니다. 우선 5점 별점의 해결법은 다음과 같습니다2:

  1. 소비자가 공급자의 상대적인 순위를 알 수 있는 법을 제공합니다.
    해당 카테고리의 모든 공급자의 평점 평균과 비교해 보여줄 수 있습니다. 카테고리 내 점수 분포도를 간단하게 보여주고 해당 분포에서 현재 공급자의 위치를 표시해 줄 수 있습니다.
    최상위 공급자는 다른 공급자들과 차별화되는 별도 ‘훈장’표시를 해줍니다. 예를 들어 다른 공급자에는 없는 “상위 5% 공급자입니다.”라고 표시를 하는 것입니다. 이베이의 ‘톱 셀러’와 에어비앤비의 ‘슈퍼호스트’가 이를 이용한 예입니다.

  2. 평가 경향의 차이에 따라 고객 평점을 조정합니다.
    늘 비슷한 점수를 주는 고객보다 평가 점수에 편차를 크게 두는 고객의 평점을 더 큰 비중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평점의 다양화를 주는 것입니다.
    특정 고객의 과거 평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조정하여 해당 고객이 부여한 평점의 상대적인 차이만을 공급자 순위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점수를 짜게 주는 고객과 후하게 주는 고객 사이의 격차를 줄일 수 있습니다.

  3. 고객과 공급자의 더 적절한 매치를 위한 설문을 합니다.
    해당 공급자의 가장 좋았던 점이나 나빴던 점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요즘 미국 리프트에서 라이드 서비스가 끝나고 3점 이하를 주면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 ‘차가 더럽다’ (제가 예를 들었습니다) 등의 여러 체크 박스를 선택할 수 있게 제공합니다. 직접 작성하는 설문보다 사용자들의 리뷰를 이끄는 방법 같습니다.

별 다섯 개 말고 다양한 평가 기준을 도입할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와 소비자의 집 안 청소를 하는 클리너를 중계하는 홈서비스 플랫폼 ‘미소’는 별점이 아닌 ‘재사용률’을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 핵심 지표로 사용합니다. 고객이 클리너의 서비스 별점을 매기지만 별점이 클리너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습니다.4

이 밖에도 판매자들이 고객의 과거 다른 리뷰들도 열람할 수 있어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버에서는 기사도 승객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안 좋은 평가를 받는 고객은 플랫폼에서 퇴출당합니다.

법 개정 및 타 플랫폼의 변화

리뷰 시스템의 별점 및 리뷰 테러로 고통받는 판매자들을 위한 법안 및 정책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악성 리뷰, 별점 테러를 막을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5

네이버는 스마트플레이스 시스템에서 별점 서비스를 폐지하기로 했습니다.6 별점 대신 키워드를 노출해 ‘키워드 리뷰’를 시작합니다.7 ‘태그구름’을 이용해 AI가 방문객 후기에서 키워드를 추출해서 ‘구름’을 만든다고 합니다. 이 구름은 가게의 점수 대신에 ‘특징’을 나타냅니다. 저는 몰랐는데 많은 분들이 네이버 플레이스의 별점은 알바생들도 있어서 신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네이버 플레이스보단 구글 리뷰를 더 신뢰한다고 합니다). 떨어진 별점 신뢰도를 네이버도 인지했는지 2019년 11월 영수증 리뷰를 통해서 진짜 이용자만 리뷰를 달 수 있게 좀 더 합리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해당 시스템을 없애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론

우선 소비자가 많이 써야 플랫폼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활성화는 플랫폼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많은 플랫폼이 서비스 판매자 대신 소비자 위주의 대응이 주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쳐진 대응은 일부 소비자들의 ‘갑질’ 같은 부작용 때문에 많은 판매자가 불편을 호소합니다. 소비자 입장도 중요하지만, 판매자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너무 어렵네요..흑흑) 판매자/사업자도 플랫폼의 고객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대응할 때에 판매자들한테 어쩔 수 없다는 태도보다 귀 기울이는 방향을 가져야 되겠습니다.

신동아 기사에 실린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님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마칩니다.

플랫폼이 하는 일은 최종 소비자와 사업자를 중계해 주는 역할이다. 소비자도 고객이지만 사업자 또한 고객이다. 플랫폼이 소비자만큼 사업자 또한 적극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4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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